
이 동상은 프랑스 서북부 '생말로'(Saint-Malo)라는 도시에 있는 샤토브리앙 동상이다.
생말로는 프랑스의 유명 작가 '프랑스와-르네 드 샤토브리앙'의 젊은시절 추억이 있는 도시이다.
게다가 생말로 해변 발치 아래 있는 '그랑베'(Grand-Bé)라는 작은 섬에 샤토브리앙의 무덤이 있다.

사진속 저 멀리 보이는 섬이 그랑베 섬이다.
이 섬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샤토브리앙의 무덤만이 존재한다.
그랑베섬은 썰물 때면 해변과 붙어서 육지가 되고, 밀물이 들면 바닷물에 휩싸여 섬이 되는 특별한 곳이다.
그러니 샤토브리앙은 물이 드는 반나절은 오롯이 섬에 홀로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샤토브리앙을 꼭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는 왜 자신의 무덤으로 이토록 외로운 섬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네번이나 생말로를 방문했지만, 그랑베 섬에 가는 행운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가을 다시 생말로를 찾은 건 순전히 그랑베섬의 샤토브리앙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생말로를 찾은 그날은 마침 그랑베 섬으로 향하는 길이 열려 있었다.
그랑베 섬으로 향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다.
지역주민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적어도 한 시간 후인 오후 5시에는 섬을 나와야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물이 곧 찰 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나는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그랑베섬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그랑베섬이다.
오솔길 양 옆으로 피어있는 풀이 너무나 낯선 이국적인 풍경이다.

섬을 올라가다 말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보이는 저곳이 바로 생말로 상트르빌(중심가)이다.
이중의 성곽으로 두껍게 둘러쳐진 도시는 가까이서 봐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멀리서 봐도 너무 아름답다.
섬의 허리를 끼고 조금 오르니, 섬그늘에 갑자기 너무 어두워진 느낌이다.
물론, 늬엇뉘엇 가을의 이른 해가 지고 있었다.
한 20분을 울라왔을까?
바로 저 곳이 샤토브리앙의 무덤이다.
동쪽 바다를 향해 있는 그의 무덤은 아침이면 떠오르는 햇빛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저 먼 곳을 바라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샤토브리앙의 무덤 앞에 드디어 섰다.
드디어라는 말이 맞다.
생말로를 찾은 다섯번 째에야 그랑베 섬에 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날이 너무 맑은 가을 오후, 어느 한 날이었다.
나는 샤토브리앙 무덤을 떠나 조금 더 올라 섬의 꼭대기에 섰다.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이는 바로 저 길을 따라 그랑베섬으로 왔다.
1시간 후면, 저 길이 물에 잠겨 사라질 것이다.
아직 사람들은 태연스럽게 오가고 있다.
물이 금방 들어올 거라는 전혀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해가 지고 있고, 우리도 이제는 조금 서둘러 섬을 나가야 할 것이다.
안녕, 그랑베섬!
안녕, 샤토브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