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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동안 서쪽 베란다 창 앞에 받침대를 세워가며 키운 백화등이다.
'덩쿨 자스민'이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향기가 너무 좋아 봄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아침에 창을 열 때마다 밤새 베란다에 가득찬 꽃향기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봄을 보냈었다.
처음 이꽃을 본 것은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길, '산미니아토 알 몬테 교회'에서였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피어있던 이 꽃나무의 향기와 모습에 너무 눈이 부셔, 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잊지 않고...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작은 화분에 심겨진 이 꽃들을 화원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데 많이 놀랐다.
반가운 마음에 망설이지 않고 이 꽃을 샀다.
나도 이탈리아에서 본 백화등처럼 그렇게 벽면을 가득 채울 거라는 야심찬 계획을 하면서 타고 올라갈 받침대를 세워주고, 틀을 잡아주고 했다.
암수술을 하고 다시 맞은 봄,
그 봄에 살아서 눈부신 백화등 꽃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순전히 꽃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나는 백화등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렇게 6년을 키웠다.
그리고 나는 이걸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나처럼 유방암에 걸려, 길고 힘든 함암치료를 받을 때 선물로 주었다.
'창 가까이 놔 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백화등 꽃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분명 큰 위로가 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 말이 맞았다.
다시 봄이다, 그녀의 백화등도 꽃을 피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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