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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세상속으로/브르타뉴

브로셀리앙드의 심장 ‘뺑뽕’(pimp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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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히 브르타뉴 내륙으로 들어가면 ‘브로셀리앙드’(Brocéliande)숲이 있다. 

브로셀리앙드는 브르타뉴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한 숲으로, 일에빌렌느와 모르비앙 지역에 걸쳐 있다. 

브로셀리앙드를 빼놓고 브르타뉴를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이 숲은 브르타뉴 문화의 기원을 전하는 많은 전설과 설화로 가득찬 곳이다. 


나는 이 숲을 꼭 가보고 싶었다. 

나무 몸통 가득 두껍게 이끼가 자라는 독특한 숲도 보고 싶었고, 전설이 깃든 계곡과 연못들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진흙탕으로 걷기 힘들다는 겨울이 지나기가 무섭게 브로셀리앙드 숲으로 달려간 것은, 몇 년 전 한 봄날이었다.

렌에서 대중교통으로 브로셀리앙드 숲을 가기 위해서는 ‘뺑뽕’(pimpont)이라는 읍을 거쳐야 한다. 

숲 가장 깊숙히 위치해 있는 뺑뽕은 ‘브로셀리앙드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하늘이 보이지 않도록 키큰 나무들로 가득 찬 숲 사이 도로를, 

시외버스로 한참 달려 도착한 뺑뽕은 기온마저 다른 곳보다 서늘한 듯 했다. 

뺑뽕읍 중앙광장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숲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는 관광객들로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뺑뽕의 기념품 가게들은 숲 속 개구장이 요정들의 기괴하고 신비한 모습을 담은 장식품과 전설 속 인물들을 형상화한 상품으로 가득차 있다. 



또 13세기에 세워진 옛수도원의 성당 안에는 귀한 문화재들도 많았고,  수도원은 현재 시청으로 쓰이고 있다.



이 사진은 마을 어귀에 있는 호수이다.

뺑뽕에는 넓은 호수를 끼고 있는데, 그 규모가 마을보다 큰 듯했다.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이 시청으로 쓰고 있는 옛수도원이고, 호수 저 너머 멀리 있는 숲이 모두 브로셀리앙드 숲이다.

나는 건성으로 동네를 후루룩 둘러보고는 숲 가장자리 산책로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는 4월이라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산책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요리조리 덜 진 데를 디뎌가며, 숲가를 걸었다. 그나마 산책로는 걷기가 좋은 편이었다. 

길 너머 숲 속은 곳곳에 물 웅덩이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책에서 본 대로 나무들은 엄청나게 두터운 초록 이끼로 뒤덮혀 있었다. 

그 모습은 신비스럽기도 했지만, 더 많이는 음산하고 으스스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끼로 뒤덮힌 삼림은 너무 낯설고, 이런 낯섦은 두려움으로 온몸을 휘감아오기 시작했다. 



낯섦이 두려움으로 밀려왔던 건 이곳이 두 번째였다. 

그 전 해 여름, ‘아르모르 플라주’라는 곳에서 저녁 산책을 할 때 보았던 호수 가장자리, 

이끼로 덮힌 나무들로 빽빽했던 숲 이후, 다시 브르셀리앙드 숲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모두 이끼가 가득 끼어 있는 숲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왜 이런 숲은 내게 공포를 주는 걸까? 

그러나 한시라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그 이유를 생각해 볼 겨늘도 없이 나는 걸음을 재촉하기에 바빴다. 

사실, 그곳은 숲길이라지만 근처에 농가들이 여러 채 있고, 길을 안내하는 표지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안전한 산책로였다. 

서둘러 숲을 빠져나와 야트막한 담장의 농가들이 면해 있는 도로에 들어서자, 금방 편안한 마음으로 되돌아왔다. 

내게 브르타뉴 숲들은 항상 너무 무섭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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