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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살기

안양의 튜울립 꽃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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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자, 안양천변 공터에 쏙쏙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곳은 겨우내, 쌀겨와 비닐로 잘 덮혀 있던 곳이다.
뭘 심고 이렇게 덮어 놓았나? 궁금했는데...
튜울립이다.
너른 천변이 튜울립 꽃밭으로 바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싹이 올라왔을 때, 안양천을 관리하시는 기사님들이 튜울립 싹들을 속아 주셨다.
너무 몰려 나고 있는 곳은 넓은 간격으로, 또 너무 간격이 벌어진 곳은 사이에 더 심어 주는 식으로 정돈을 하셨다.

튜울립 구근을 직접 본 것도 처음이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튜울립은 무럭무럭 자랐다.

이 사진은 기사님들이 튜울립밭을 가꾼 며칠 뒤의 모습이다.
아주 드물게 꽃봉우리가 맺힌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꽃봉우리들이 제법 많다.
나는 튜울립이 흔하게 피는 유럽에서도 오래 살아보았지만, 이렇게 넓은 튜울립 꽃밭은 처음 경험한다. 

더 꽃이 많이 피었다.

색색깔의 튜울립꽃이 피어날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활짝 피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매일 이곳까지 걷기 운동을 열심히 했다.

동네 사람들도 튜울립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둘레를 돌고...
조금은 흥분한 모습으로 꽃을 즐겼다.

그런데 나는 이번 경험으로 우리나라에 이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튜울립 꽃밭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료를 보니, 이 정도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튜울립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래도 나는 이 정도도 무척 만족스럽다.
튜울립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규모이다.
지금은 꽃은 모두 졌다.
마치, 축제가 끝난 뒤의 황랑한 모습처럼 꽃을 떨군 튜울립 잎과 줄기만 남았다.
내년을 기다려야 하나?
그리고 같은 자리에 원래 주인이였던 망촛대들이 키를 키우면서 꽃을 필 준비를 하고 있다.
망촛대 꽃이 하얗게, 마치 은하수처럼 피었던 옛날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웠다.
올 장마에 튜울립 구근들이 떠내려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이 사진은 함께 산책한 하늘풀님이 찍어준 내 모습이다.
엉덩이를 저렇게 길게 빼고 사진을 찍었는지 몰랐다.
재밌고 웃겨서 간직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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