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고 있는 친구인 하늘풀님의 어머님이 돌아가신지는 어느 새 16년이 넘어간다.
평생 편찮으셨고, 50이 조금 넘은 나이에 돌아가신 그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저 밑에서 물결이 인다.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결혼식에 입으셨다는 한복을 간직하고 계신 모양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단정한 분인지 알 것 같았다.
그 한복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은 친구였다.
그저 장농 속에 넣어놓고 있던 색동의 노랑 치마저고리를 받아, 친구와 그녀의 자매들에게 조각보를 만들어 주었다.
친구가 어머니의 유품을 좀더 가까이 두고 보면서 어머니를 추억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유품을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친구에게 뭔가 선물이 될 수 있는 걸 해주고 싶었다.
먼저 나는 노랑 색동저고리의 색동천을 이용해 조각보를 만들어 그녀의 자매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빨간 고름과 노랑치마를 가지고 바둑판 무늬의 조각보를 만들어 하늘풀님과 그녀의 한 여동생에게 주었다.
다시 작년 겨울,
어머니 결혼한복 저고리를 가지고 조각보를 만들었다.
치마는 벌써 잘라 이불을 만드는 데 쓰셨다고 했다.
부모님은 지난 해, 결혼 50주년을 맞으셨다.
50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 겨자색 저고리에 자주 고름을 한 이 저고리는 거의 입지 않았음에도 여기 저기 얼룩이 묻어 있었다.
처음부터 얼룩 부분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천이 너무 조금이라 어쩔 수 없이 그것들도 썩썩 잘라 만들었는데, 막상 완성하고 나니, 얼룩들조차 너무 아름답다.
세월과 어머니의 힘들었던 그간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 애처롭고 아스라한 느낌...
나는 이걸 이번 설 선물로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무척 감동하셨다.
그리고 다시, 아래는 내 결혼한복의 저고리다.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치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그나마 이것도 어머니께서 보관하고 계셨다고 이번에 주신 것이다.
세월이 지나니, 지난 상처도 추억이 된다.
초록 저고리에 자주고름이었던 이것 가지고 조각보를 만들었다.
재봉틀 덮개로 쓰기 위해 좀 긴 직사각형으로 디자인을 했다.
재봉틀 덮개로 사용하니, 아주 자주 근처에 놓고 볼 수 있어 참 좋다.
그렇게 지난 삶을 담담하게 추억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