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알게된 '꾸꾸'라는 들꽃이다.
마치 작은 배추처럼 생긴 잎에서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
나는 동네 호수가에서 꾸꾸를 몇 뿌리 뽑아와 당시 살았던 아파트 화단에 심었는데, 금방 자리도 잘 잡고, 번식도 잘 했다.
이 꽃은 물망초다.
말로만 들어본 물망초가 이렇게 생긴 꽃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아 아이는 보라색 작은 꽃들이 매일매일 자라는 줄기 끝에 계속 피어난다.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 고개를 깊이 숙여 작은 꽃잎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흰 바탕에 노란 아이가 '빠크레트'(paquerette)다.
나는 이 꽃을 벌써 전부터 알고 있었다.
프랑스 전역 어디에나 넓은 잔디밭에 잔디와 어울려 피어 있는 꽃이 바로 이 꽃이다.
남불에는 1월에도 이 꽃이 피어, 나는 빠크레트를 바라 보면서 "겨울은 언제 오나?"하면서 중얼거리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1월이 가고... 내가 기다리던 겨울은 결국 오지 않고 봄이 왔다.
그것이 내가 가장 춥다는 북부 프랑스로 이사를 간 이유였다.
그곳에서는 다행히 1월에 빠크레트는 피지 않았다.
봄, 그것도 부활절 쯤 되면 들판에 빠크레트가 피기 시작한다.
그래서 부활절이란 어쩜 유럽에서 봄을 알리는 절기를 뜻하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의 이름도 '부활절'(pâque), 즉 '빠크'(paque)인 걸 보면, '빠크레트'(paquerette)는 '부활절동이'쯤이 되려나?
내가 프랑스에서 발견한 들꽃 중 가장 좋아하는 건 '꼬끌리꼬'(coquelicot)이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꽃이 있다니!
나는 꼬끌리꼬를 보면서 소리쳤다.
당시, 동네 호수를 오가며 가장 즐거웠던 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들꽃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호수를 갈 때마다 이 꽃들을 보는 것에 만족하면 좋았을 걸... 며칠 뒤부터는 갖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늘 그랬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것을, 만족 못하고 난 그것들을 늘 갖고 싶어했었다.
옛날에도 꼬끌리꼬와 제비꽃을 퍼와 키운 적이 있다.
꼬끌리꼬는 절대로 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제비꽃은 너무 번식을 잘해 주변 화분에 온통 제비꽃 투성이가 되어 고생을 했다.
이 일로 들꽃에 욕심내서 안된다는 걸 깨달았건만, 다시 예쁜 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결국, 나는 숟가락으로 퍽퍽 들꽃들을 퍼와 손바닥만한 베란다에서 키웠다.
다행히, 이 꽃들은 화분에서 잘 자라 주었다.
사진속 노랗게 수북히 담긴 것이 '피캐르'(ficaire)이다.
피캐르는 미나리과 꽃이란다.
그 옆에 있는 것들이 빠크레트!
빠크레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꽃이라 화분을 두 개나 만들었다.^^
이 보라색 꽃은 야생 '뻬르방슈'(perevenche)!
이 곳에서 뻬르방슈는 들판 아무 데나 흔하게 피어있기도 하지만, 관상용으로 일부러 화단에 심기도 한다.
원예종으로 계발된 큰 꽃이 달린 '그랑 뻬르방슈'도 존재한다.
귀국하는 길, 이 꽃들은 모두 아파트 화단에 심어놓고 왔다.
세월이 흐른 만큼 화단에 넓게 자리잡았을 꽃들을 상상하는 건 즐겁다.
춥고 길었던 추위가 조금씩 풀리니,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잠시 살 때 좋아했던 들꽃 생각이 났다.
그곳은 지금쯤 봄꽃들로 가득하겠다.
나도 어제는 동네 하천가 양지바른 곳에 피어있는 봄까치를 보았다.
봄소식!
여기도 곧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