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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의 부엌

된장, 간장 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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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담근 장이 어느새 40일이 되었다.
40일이 되면 장을 된장과 간장으로 나눠야 한다.
일정을 조금 짧게 잡기도 하고 길게 잡기도 하는데, 나는 어머니의 레시피를 따라 40일에 장을 가르고 있다.
이렇게 갈라야 진정한 장인 된장과 간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먼저, 장에 손을 넣어서 메주 덩어리를 꺼내 큰 양푼에 담는다.

간장이 될 물은 채반에 받쳐서 메주 조각이 들어가지 않게 큰 냄비에 넣고 조린다.
어머니 말씀이 햇볕이 잘 드는 단독주택의 장독대라면 간장을 졸이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같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간장을 숙성시키기 위해서라면, 손가락 두마디가량 국물을 졸여주라고 하셨다.
간장을 솥에서 졸이는 사이에 옆에서는 메주를 곱게 부순다.

함께 들어있던 국물을 부어가면서 최대한 곱게 메주를 부수어준다.

최대한 잘게 메주를 부수었다면, 항아리에 담는다.
국물을 충분히 많이 넣어서 질척거리는 상태로 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항아리에서 수중기가 증발해서, 너무 되직하게 하면 된장이 딱딱해져서 맛이 없어진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질척한 상태로 해야 숙성이 되는 과정에서 알맞은 된장농도가 된다.
마치, 죽과 같은 농도라면 적당한 상태다.

그러고는 맨 위에 굵은소금을 훌훌 골고루 뿌려준다.
 

그사이, 간장은 빡빡 끓고 있다.
나는 어머니가 일러주신 그대로 간장과 된장을 만들고 있지만, 딱하나 말을 듣지 않고 내맘대로 한 것은 바로 간장이다.
간장은 손가락 한마디만큼만 졸인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아파트 베란다라지만, 간장도 증발이 된다.
간장을 먹는 사이 졸아서 2년차에는 너무 짜진다.
이렇게 졸인 간장은 충분히 식힌 후 항아리에 담는다.

이 모습은 항아리에 담긴 장 모습이다.
간장과 된장 모두 이렇게 공기가 잘 통하도록 제작된 유리 뚜껑을 덮는다.
이 뚜껑은 통풍도 잘되고 햇볕도 잘 투과되어 장맛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벌레들도 접근하지 못해서 벌레가 꼬이지도 않는다.
이 뚜껑도 어머니의 제안으로 장만한 것이다.
어머니의 레시피를 따라서 만든 된장과 간장은 맛이 깔끔하고 정갈해서 맘에 든다.
올해도 맛있는 장이 될까? 
조심스럽다.
된장과 간장을 준비하고 나니, 부자가 된 듯 풍족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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