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을 여러번 가보았지만, 사고지를 갈 생각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역사 프로그램을 보고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한 곳이 바로 오대산 사고라는 말을 듣고 꼭 가보고 싶었다.
조선시대에는 중요한 사료를 보관할 곳으로 날씨가 서늘하고 건조한 곳을 택해 사고를 지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대산 사고라고 한다.
사고지를 가기 위해서는 계곡을 끼고 나있는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길이 잘 닦여 있고, 볕이 잘들어 길을 걷기가 좋다.
긴 돌계단을 지나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고가 나타났다.
아름드리 나무들로 만든 기둥들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었다.
거칠게 손질한 자연석 기둥받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계단을 따라 안에도 들어가볼 수 있다.
덧창으로 햇볕을 꼭꼭 잘 가리고 있는 사고 안의 풍경이다.
문틈으로 가늘게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멋지다.
그러나 이 사고 건물은 조선시대의 그것은 아니란다.
6.25때 전소된 것을 기록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또 일제시대 때 월정사주지는 이곳에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의괘를 일본 총독부가 강릉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리는 데 도와주었다고 한다.
당시에 일본으로 간 조성왕조실록의 일부는 일본의 관동대지진 때 불타 없어졌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최근에 각고의 노력으로 남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괘는 우리나라고 돌아왔다.
그런데 월정사측은 이 문화재가 다시 오대산 사고지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는데, 이렇게 아무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은 곳에 귀한 문화재를 가져다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더 이상 국가 시설도 아니고 월정사 사유지인 이 곳에 국가적인 문화유산을 가져다 놓으라니...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