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몇 년 전에 살았던 프랑스 렌(Rennes)의 '끌뢰네 마을'의 집 근처에 있던 그래피티 작품이다.
철길 옆 텅빈 공장 건물에 그려져 있던 것으로, 난 매일 이 그림을 보면서 집 앞 스타드를 돌았다.
이 건물안에 간혹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곤 했는데, 아마도 젊은이들의 아지트였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렌(Rennes)은 그래피티예술을 지원하는 보기드문 도시 중 하나다.
렌은 그래피티 작품으로 도시를 더 아름답게 꾸밀 거라는 야심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건물을 보수하거나 새로 고칠 때, 둘레에 치는 안전막에는 어김없이 낙서화로 채워진다.
또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도로의 벽과 기차역 주변의 긴 담에도 그래피티예술가들이 그린 낙서화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그러니, 렌에서 이렇게 환한 대낮에 그림을 그리는 젊은 그래피티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안심하고 편안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더 예술적이고 개성이 담긴 멋진 낙서화들이 렌에는 정말 많다.
렌 시 정책이 이런 만큼, 낙서화들의 수준도 높은 편이다.
예술적인 면이 돋보이는 작품을 우리 동네에서만도 여러 편 볼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집에서 남쪽, 지금 신도시 개개발이 한창인 쿠루즈 지역의 빈 공장 건물에 그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동네 낙서화였다.
그러나 공장 건물이 철거되면서 이 그림은 사라졌다.
공장지역이었던 이곳에 공장들을 이전시키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를 건설 중이다.
방책이 둘려쳐진 산책로를 따라 가끔 산책을 할 때, 이 그림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걷는 건 정말 즐거웠다.
그렇게 산책로가 끝나면, 여기저기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이곳도 철거 직전에 공장 건물, 이 그림은 귀엽기까지 해, 이 앞에서는 사진을 여러 장 찍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이 그림도 사라지고 없다.
그래피티 작품들은 그려진 대로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 위에 다른 것들이 덧붙여지기도하고 변형되기도 하다가 또 다른 그림으로 덧발라지는 등,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그림이 그려진 구조물과 함께 사라지고 마는...
위 작품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다.
그것이 그래피티 예술, 혹은 낙서화들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