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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멈춰 서서

내가 특히 소중하게 여기는 컵들 요리하길 좋아하는 사람들 중 그릇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나도 그릇을 좋아하지만, 그릇을 수집하는 데 관심은 없다.하지만 너무 예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릇들이 있다. 물론, 너무 비싸니 이런 걸 많이 살 수는 없다.ㅠㅠ 얼마 안되는 예쁜 그릇들 중, 이런 마음으로 산 컵들이 몇 개 있다.아래는 꼬끌리꼬가 그려져 있는 영국제 컵!나는 이걸 하늘풀님의 아침 식사 그릇으로 선물했다. 또 아래는 런던의 브리티쉬 뮤지엄, 기념품 가게에서 산 로제타석 무늬가 그려진 컵이다.런던을 놀러갔을 때, 다른 건 아무 것도 안 사고 이것만 사갖고 돌아왔다.배낭에 있는 이 컵이 깨질까봐 신경을 아주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아래는 내가 산 건 아니다.이건 프랑스 북부 릴에서 살 때, 세들어 살던 집 주인으로부터 크리스마.. 더보기
세상에 이런 구름이! 끌뢰네의 우리 집에서 걸어서 한 시간 쯤 거리에 아삐네 호수가 있다.한 시간이나 걸린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아삐네 호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는 바로 우리 동네다. 나는 비가 오지 않는 날 오전에는 산책겸 운동으로 아삐네 호수까지 다녀오는 걸 좋아한다 . 프랑스, 렌에서의 생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아삐네 호수를 다니는 거다.호수를 오가며 발견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구름이다. 나는 태어나 이렇게 아름다운 구름을 본 건 여기서 처음이다.유럽의 옛날 그림들 중에는 구름을 그린 것이 너무 많은데, 나는 그것들을 볼 때마다 '구름이 뭐라고 저렇게 많이 그리지? 너무 상투적이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파란 하늘에 이렇게 떠있는 뭉게구름을 보니, 감탄이 절로 흐른다.사람들이 왜.. 더보기
빈 잉크병의 재활용 나는 만년필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필기는 물론, 간단한 메모조차 만년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하는 걸 좋아한다.그러면서 쌓인 빈 잉크병들! 그것들을 버리지 않고 거기에 천연염색 재료들을 샘플링했다.빈 잉크병을 가지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고안한 아이디어인데, 의외로 장식적인 효과까지 있다. 아래 사진은 9년간 사용한 것들이다.천연염색 재료들로는 좌로부터 오배자, 코치닐, 소목, 괴화, 치자, 홍화 등이다. 좀 더 자세히 보길 원한다면... 더보기
지난 가을, 알밤 채집 우리 집에서 아삐네 호수를 가기 위해서는 토피네의 산책로를 지나야 한다.토피네는 참나무 가로수 길이 있고 산책로 양 옆으로는 목초지와 자연학습장, 주말농장 같은 것들이 자리해 있는 넓은 녹색지역이다. 그곳에는 밤나무도 참 많다.가을이 되자, 밤나무 밑에는 아람이 벌어진 밤송이들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이런 걸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ㅎㅎ 나는 지난 가을에는 호수를 다녀올 때마다 이곳에서 밤을 채집해왔다. 밤도 맛이 정말 좋았다.특히, 이 곳 렌은 시차원에서 방역방제 작업을 지난 수년 전부터 금지하고 있어, 마음놓고 채취해도 좋다. 나는 밤을 깔 꼬챙이까지 챙겨가기도 했다.그러나 가을이 깊을수록, 꼬챙이조차 필요가 없어졌다.양 발로 살짝 힘만 줘도 밤송이가 쩍쩍 벌어졌다.또 풀밭 위에 알밤만 뒹글고 있.. 더보기
북부 프랑스 릴에서의 우리 집 10년 전, 유학시절 북부 프랑스 릴에서 꼭 4년을 살았다.그중 1년은 시내 중심가의 한 기숙사에 살았고, 나머지 3년을 꼬박 산 건 시외곽의 한 단독주택에서였다. 크리스토프 콜롬브 거리! 왼 쪽에서 두번째 집, 맨 위층 양철지붕 아래가 바로 내가 살았던 집이다.세월이 한참 지났건만, 이 동네의 집들은 옛날 그대로였다. 다시 돌아왔다. 꼭 8년만이다. 이 길, 반대편 마을 풍경이다.우리집에서는 부엌 창을 통해 이 풍경을 볼 수 있었다.부엌창 앞에는 가슴까지 오는 넓은 턱이 있었다.나는 이곳에 살 때, 그 턱에 껑충 뛰어 올라가 다리를 길게 펴고 앉아서 이렇게 보이는 마을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빨간 벽돌과 기와지붕의 풍경은 전형적인 북부 프랑스의 모습이다.이 모습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변한 .. 더보기
물항아리 사진 속 항아리는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두 명의 친구로부터 받은 물독이다. 그 친구들은 내게 물독 두 개를 주면서, 항아리는 염소를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 독에 물을 담아 3일이 지나면 쓰라고 일부러 강화도까지 가서 사온 거라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이 항아리들에 물을 채워,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다. 차를 마실 때나 밥을 지을 때, 요리를 할 때, 쓰는 물은 모두 이 독에서 퍼 쓴다. 요리를 할 때마다 그녀들이 생각난다. 내가 점점 건강을 되찾고 있는 건 이 항아리의 물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녀들의 정성 때문이라고,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그녀들의 마음 덕분에 점점 건강해지는 거라고, 항아리에서 물을 풀 때마다 생각한다. 물독 위의 개구리들은 '물독 지킴이'다. 이 개구리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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