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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의 부엌

내가 아끼는 은제 식기들 이것들은 모두 내 은제 식기들이다.한국에서 산 수저를 포함해, 더 많이는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사모은 것들이다.한국도 그렇지만, 오늘날 프랑스 젊은이들도 은제 식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벼룩시장이 열릴 때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내놓은 은제 식기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옛날 프랑스 사람들이 식사할 때 썼을 것 같은 수저와 포크들을 여러 벌 사갖고 와서 요리하길 좋아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그런 것들은 모두 숟가락도 포크도 너무 커서 식사 중에 쓰기는 부담스럽고 샐러드를 버무리거나 올리브유나 식초를 계량하기 좋아, 요리를 할 때 안성맞춤이다. 이것들 가운데 특히 내가 아끼는 국자!이 국자는 정말 무겁다. 너무 무겁고, 게다가 걸 방법도 없는 탓에 잘 쓰지는 않고 .. 더보기
그릇 물기 닦는 행주들 이건 프랑스에서 똑숑(torchon)이라고 부르는 행주이다.그곳 사람들은 설거지를 하고 이 똑송으로 그릇의 물기를 닦아 찬장에 넣는다.실제로 물에 석회석이 많이 함유된 지역에서는 설거지 후에 행주질은 필수적이다.그냥 말리면, 석회석 때문에 그릇이 얼룩덜룩해 깨끗이 씻지 않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과거에 내가 살았던 남부 프랑스의 몽쁠리에도, 북부의 릴도 모두 수돗물에 석회석이 많이 녹아 있었다. 그런 덕에 그릇에 행주질을 자주 하던 습관으로 나는 똑숑을 많이 가지고 있다.물론, 행주질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에서 이 똑숑은 부엌에 걸어놓고 젖은 손을 닦을 때 쓴다.예쁜 행주에 손을 닦는 것이 좋으니, 나는 여전히 여행을 갈 때마다 기념품으로 이 똑숑들을 자주 산다.게다가 똑숑은 가볍고 여행중에 운.. 더보기
꽃이 지는 아침, 으름차 오늘은 마침 일찍 일어났다. 이렇게 일찍 일어난 날은 국선도 수련을 간다.아른 아침에 수련을 하면, 온종일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늘 아침 일찍 수련을 가고 싶어하지만, 밤늦게까지 꼼지락대는 나쁜 습관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모두 어제 일찍 잠을 청한 덕분이었다. 그런데...수련장에 있는 난초의 활짝 핀 꽃이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장 먼저 핀 꽃이 떨어져 있었다. 핀 꽃은 언제가는 지게 마련이지...그렇게 생각하고 수련을 시작했는데, 명상호흡을 하는 동안 내내 난초의 떨어진 꽃잎이 어른거린다.오늘은 도우님들과 차를 마셔야겠다. 수련을 마치고 내가 팽주가 되어 도우님들께 차를 대접할 때가 간혹 있는데, 오늘은 꼭 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찬장에 있는 갖가지 차들 중 나는 '으.. 더보기
한살림 족발 3박 4일의 부모님 방문, 마지막 날 점심식사로 준비한 것은 한살림에서 주문한 족발이었다.수년 전 먹어본 이후, 정말 오랫만이다.당시, 혼자서 3번에 나눠 먹다가 질린 뒤로는 먹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이번에 부모님이 오신 걸 기회로 함께 족발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었는데, 역시 내 판단이 옳았다. 부모님은 너무 맛있다고 아주 좋아하셨고, 나 역시 맛나게 한 끼를 먹었다. 무엇보다 상추와 깻잎을 곁들여야 더 맛있다는 내 말에 시큰둥해 하시던 어머니도 막상 상추와 깻잎에 족발을 싸서 드시고는 매우 흡족해 하셨다.모두 충분히 먹고도 남은 약간은 돌아가셔서 간식으로 좀더 드시라고 아에 포장을 해서 부모님 가시는 길, 가방 한 켠에 찔러드렸다.어머니는 그것조차 퍽 마음에 들어하시는 눈치다.. 더보기
꽈리고추조림 만들기 어머니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가 나를 위해 해주신 꽈리고추조림을 해주셨다.이번에는 엄마가 어떻게 하시는지 옆에서 잘 관찰하기로 했다.나는 왜 엄마가 한 것 같은 맛이 안 나는지 정말 모르겠다.ㅠㅠ 그런데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이런 맛이 안나는 데는 여러 곳에서 차이가 있었다.우선, 가장 먼저 엄마는 꽈리고추만 식용류를 넣고 다각다각 볶으셨다.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다 넣고 볶는, 내 방법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렇게 볶다가 진간장과 국간장을 섞어서 부어 간을 한다. 진간장과 국간장을 섞어야, 맛이 깔끔하고 칼칼하다고 하신다.그리고 설탕을 자제해야 하는 나를 위해, 설탕은 아주 조금 넣고 대신에 양파를 많이 넣으셨다.그렇게 하고 좀더 다각다각 볶는다.어느 정도 숨이 죽고, 간이 배이기 시작한다 싶을 때.. 더보기
말복, 마지막 복날 어제는 말복이었다.이번 복날에는 부모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복날을 그냥 지나치는 법은 없지만, 부모님이 오시기까지 하니 더 신경을 쓰게 된다.이번에는 깔끔한 맛의 고전적인 백숙을 끓이기로 했다.황기와 마늘만 많이 넣고, 찹쌀 주머니도 넣었다.황기는 한살림에서 파는 4년삼을 넣고, 찹쌀도 여느 때 먹는 현미찹쌀 대신 흰찹쌀을 샀다.부모님이 연세가 많이 드시니, 현미는 씹는 것도 소화도 모두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황기만 넣은 백숙도 시원한 것이 맛이 좋다. 식성이 좋으신 부모님은 점심에 백숙 한 마리를 모두 끝내셨다.그날 우리는 닭을 두 마리를 샀는데, 모두 백숙을 끓이지 않고 저녁에는 닭도리탕을 만들어 드렸다. 감자를 많이 넣고 양파, 당근, 마늘도 넣었다.간은 고추장 약간과 진간장, 고추가루로 했다.. 더보기
연잎차 만들기 경상도 깊은 산골 청정한 연못에서 자라고 있는 백련잎이다. 이번에 한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연잎 두 장과 연꽃 봉우리 두 송이를 얻어왔다.연꽃 봉우리로는 연꽃차를 만들고 연잎을 가지고는 연잎차를 만들었다.우선 잘 씻어 적당한 길이와 간격으로 쫑쫑 채를 썬다.두 장밖에 안되는 양이지만, 써는 데는 제법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다 썰고 나니, 도마 가득하다. 이제부터 덕는 일만 남았다.덕는 솥으로는 압력밥솥이 최고인 것 같다.두껍기도 하지만, 밥을 주로 하던 솥이니 만큼, 다른 냄새나 맛이 배어있지 않다.나무 젓가락과 손으로 아주 낮은 불로, 살짝 살짝! 한 번, 두 번, 세 번....덕고 광목을 받친 채반에 널어 습기를 날리고다시 덕고 또 채반에 널어 습기를 날리고...그렇게 7회쯤 하니, 얼추 고슬고슬.. 더보기
연꽃차 만들기 경상도 산골 깊숙히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집앞, 연못에 자라고 있는 백련 두 송이와 연잎 두 잎을 얻어왔다.연잎에 싼 꽃송이가 집에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싱싱하고 향기롭다.나는 이걸로 연꽃차를 만들 생각이다.가장 먼저 끓는 물에 꽃잎을 아주 살짝 데친다.찬물에 헹구어 꼭 짜니, 꽃잎이 쫄깃쫄깃해졌다. 그걸 채반에 잘 펴서 하루를 말렸다. 마싹 말리면 오래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다.그러나 얼마 안되는 양이니...건조한 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향기가 여전히 너무 좋다.딱 두번을 우려마셨다.혹시, 연꽃 한 송이가 한 주전자?두번에 나눠 마시니 양이 딱 적당하다. 산골마을에서 산다는 건 정말 괴로울 것 같은데, 연꽃차를 마시는 낭만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많이 부럽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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